본문 바로가기
수리사례

농촌 일손 돕기-광양 매실 따기

by 사강빼수 2013. 6. 13.

 


농촌 일손 돕기-광양 매실 따기

                                                                             http://www.godrepair.com
                                                                          http://cafe.daum.net/rhehffl
                                                                                              카페지기 남녘


   현충일에 남들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간다고 공항이 터질 듯이 붐빈다고 하는데, 불경기에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고... 뭔가 뜻 깊은 일을 찾던 중에 지난 봄에 고로쇠 수액 체험차 1박을 한 인연이 있는 광양 어치리 '돌숭어'가 있는 집에서 매실 농사를 짓기도 하거니와 '국가유공자의 집'인 것을 기억하고 요즈음 한창 수확철이라 바쁠 것 같아 농사일은 잘 하지 못하지만 전화로 매실수확을 돕겠다고 하였더니 흔쾌히 수락를 해 주셔서 6월5일 업무를 일찍 마감하고 지난번 함께 했던 세분의 도반과 부인 한분을 포함하여 네명이 길을 나섰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날씨는 더웠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며 담소도 나누고 휴게소에 들러 아이들 처럼 군것질도 하며 재잘거리다 보니 어느새 하동을 지나 옥곡나들목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진상면에 있는 마트에 들러 저녁 먹거리와  주인집 할머님께 드릴 박하사탕과 부드럽고 맛있는 과자도 한봉지 챙겼다.

   

   [▲토종꿀벌 통]


지난번에는 하동으로 해서 갔었는데, 이번에는 옥곡으로 들어와서 중간에 길을 조금 헤메긴 하였으나 무사히 어치리 서대성님댁에 도착하니 할머니와 주인 내외가 반겨주신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마당에 소담하게 지어진 원두막에 자리를 펴고 고기도 굽고 아주머니께서 구수하고 맛있는 밥과 텃밭의 상추를 뜯어 한소쿠리 내 주셔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시원한 수박과 맥주를 나누며 지난봄의 추억 보따리도 풀고 세상사는 이야기로 밤이 깊도록 별빛을 바라모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부지런한 꿀벌]


한낮에는 너무 덥기 때문에 새볔 일찍 매실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꿈나라에 있었을 시간인 새볔5시도 되기전에 일어났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집주위를 둘러보니 여러통의 토종벌통이 놓여 있었는데 벌들이 바쁘게 들락날락하며 꿀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토종벌꿀은 1년에 딱 한번 가을에만 딴다고 하는데, 철마다 피는 백운산의 온갖 종류의 야생꽃이 어루러진 그 맛이 궁금하다.

    
   [▲꽃밭]

마당엔 아름다운 꽃들이 길손을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한다. 화단 앞쪽의 작은 텃밭에는 어제 맛있게 먹었던 상추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들과 시원한 바람이 한적한 시골에 왔음을 느끼게 한다. 화단 끝에 붉은 꽃이 여럿달린 석류도 한 그루 보입니다.


   
   [▲돌숭어와 숭어알]

숭어알을 물고 있는 돌숭어는 무성한 목련잎과 함께 전설을 이야기는 중인가 봅니다. 함께 간 도반의 부인께서 돌숭어 알을 들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돌숭어와 초록의 나무들이 잘 어울린다. 나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잠시 기도를 해 본다.
   
       
   
   [▲탱글탱글한 살구]

살구를 시장에서 보고 냉장고에서만 꺼내 먹어만 봤는데 이렇게 나무에 달린 탱탱한 살구를 보니 생각만 해도 입만에 군침이 고인다. 바로 앞쪽에는 돌배나무에는 작은 배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정겹고 아름답다. 잠시 둘러 보았는데도 살구,배나무,접시꽃,보리,밀등등....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집 화분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식물들이 지천에 깔렸다.

   
    
   [▲보리]

    
   [▲키는 작지만 담밑에 떨어진 밀알 몇톨이 힘겹게 열매르 맺었다]

집에서는 출근시간에 쫒기다 보면 종종 아침을 걸러곤 하는데, 장어국과 아주머니께서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며 더덕에 짭쪼름한 갈치구이까지 있으니 집나간 입맛이 돌아와 밥도둑이 따로없다. 식사후에 시원하고 달꼼한 식혜까지 먹고나니 배가 불러 일은 할 수 있을지 걱정이된다.

   
   [▲푸짐한 아침 밥상]

    
   [▲싸리꽃]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챙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매실밭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눈길 가는 곳마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듯 잎사귀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오랜만에 보는 싸리꽂과 싸리나무를 휘어감고 있는 칡능쿨도 보인다. 칡도 꽃이 피면 향기가 아주 좋은데 아직은 이른가 보다. 코끝을 애리는 밤꽃이 천년묵은 구미호같이 아홉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홀리고 있는 듯 하다. 아니 벌써 토실토실 밤토실 가을을 이야기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얀 아홉꼬리를 흔들며  구미호 처럼 사람을 홀리고 있는 밤꽃]

농로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오늘 우리가 수확해야 할 매실밭이 보인다. 어림잡아 오육백평은 되어 보인다.  넓디넓은 매실밭을 보니 갑자기 이런 시조가 생각이 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매실 밭]

매실밭에 도착하여 경운기에서 작업도구를 내리고 앞치마를 하나씩 받았는데 매실을 따서 모을 수 있게 주머니가 깊고 아래쪽에는 지퍼가 달려있어 수확한 매실을 지퍼만 내리면 일일이 꺼내지 않아도 한꺼번에 상자안으로 쏟아 부을 수 있는 신기한 앞치마를 입고 보니 순신간에 농부모드로 변신을 완료했다. 매실 따기가 처음이라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다. 상처난 매실이나 새가 쪼아먹은 매실, 따다가 실수로 땅에 떨어지는 매실은 절대 줍지 말라는 당부도 하셨다. 욕심을 부려서 광양매실의 명성에 흠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란다. 나는 어깨와 팔에 통증이 있어 병원엘 다니고 있었는데, 한사코 같이 가야된다는 말에 따라 오긴 하였으나 옆에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어 매실을 함께 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참을 작업해도 그동안 병원다닌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일복이 터져서 그런지...약간의 통증은 있지만 오히려 조금전 보다 더 쌩쌩한 것 같다. 수확의 기쁨에 아픈것도 잊어지나 보다.

    
   [▲매실나무]

이렇게 서너시간 열심히 했더니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높은 곳을 쳐다보며 매실을 따야 하기 때문에 목도 아프고, 노고지리는 매실밭 어디메에 둥지가 있는지 아까부터 주위를 날며 목청껏 울어댄다. 노고지리는 땅에 둥지를 만들어 포란을 하고 새끼를 키우기 때문에 발밑을 조심해야 하는데 풀이 우거져 보이질 않으니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다. 새참 먹어러 오라는 소리가 반갑게 들린다. 개울가 나무밑에 앉아 꽁꽁얼린 백운산 고로쇠 수액과 시원한 수박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더위가 개울 건너 저만치 달아난다. 아침을 잘 먹고 몸도 많이 움직여 장운동을 열심히 한 관계로 집은 멀고... 백운산 깊은 숲속 어디메께 한 마리 황금 뱀똬리를 남겨놓고 우리 조상님들이 예전부터 즐겨 사용했던 출고된지 며칠 되지 않은 부더러운 칡잎 비데를 사용해 보니 과연 소문처럼 돈도 들지 않고 편리하기 까지 하네.ㅋㅋㅋ 그렇게 근심을 풀고 잠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 후 다시 앞치마를 둘러메고 매실이 알알이 박혀 상큼한 향이 가득한 늘어진 매실나무 가지를 잡는다.

    
   [▲매실 따는 재미에  푹빠진 조진혁님]

그나마 매실나무가 우거져 햇볕은 조금씩 피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오늘 따라 태양은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하듯 머리위에서 작렬하고 있어 땀이 비오듯 한다. 그래도 부지런히 손을 놀려 앞치마가 매실로 불룩해지면 어깨는 무겁지만 왠지 모를 풍만한 기쁨이 생기면서 묵직한 매실을 상자에 담고 돌아서면 순간 어깨가 가벼워지며 출산의 기쁨(?) 같은 가벼운 희열이 살짝 생기며 다시 매실로 가득 채워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는게 은근히 경쟁심과 중독성이 생기는것 같다.

    
   [▲높은 곳도 문제없다! 김경환님이 사다라리로  가지 꼭대기에 있는 매실을
        따고 있다]


점심때가 되어 큰나무밑에 자리를 잡고 손이 시렵도록 차가운 계곡물에 땀을 씻어 던지고 둘러앉아 아주머니께서 정성껏 장만하신 음식을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다. 푸성귀에 입이 터지도록 크게 쌈을 싸서 구수한 된장을 올리고 풋고추와 함께 먹으니 순식간에 머슴밥 두공기가 비워진다. 농주도 한잔 걸치고 매콤한 갓김치 한줄기를  손으로 쓰윽 뜯어 입에 넣으니 피로가 눈녹듯 사라진다. 점심을 먹고 잠시 그늘밑에 누워 배도 부르고 약간의 취기에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잠시 쉬었다.

    
   [▲필자, 앞치마에 매실이 가득합니다. 농부가 다 됐습니다. ㅋ ㅋ ㅋ]

넓은 매실밭을 헤집고 다녔더니 이제는 매실이 달려있는 나무를 찾기가 더 어렵다. 주로 높은 곳에 있는 매실을 따고 모아놓은 매실상자를 경운기로 옮겨서 집하장으로 보내고 매실 따기를 마무리하였다.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냉커피도 한잔 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처음 하는 농삿일이라 서툴기도 하였지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한사코 손사래를 쳐서 매실값을 드리지 못하고 매실 한상자와 엑기스 한병을 감사히 받아 인사를 나누며 길을 나섰다. 백운산 어치리 계곡을 둘러 보고 가라고 하셔서 마을에서 1분도 걸리지 않는 모롱이를 돌아가니 또 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웅장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계곡이 바로 눈앞이다. 계곡 근처에는 시설을 잘 갖춘 펜션이 여러곳이 성업 중이고 화장실등 편의시설과 폭우등 위험에 대비한 방송시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다.

    
   [▲백운산 계곡]

아직 물이 찬데 벌써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눈에 띄고, 가족단위로 둘러 앉아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다리를 지나 조금 상류로 올라가 보니 계곡 양쪽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지를 마주잡고 그늘을 만들어 별도의 그늘막이 필요 없을 정도로 보였다. 여름 휴가철에 꼭 한번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시원한 계곡]

산새들의 지저기는 소리와 희게 부서지는 어치리 계곡의 포말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몸도 마음도 가볍기만 하다. 농작물들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우리는 잠시왔다 바람같이 갈 뿐이지만 내일 새볔에도 그 다음날도 농부들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렇게 묵묵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느낀 향기로운 그 매실향이 농부들의 땀 냄새였으리.......-끝-